산야초

[스크랩] 산나물과 귀부인님들

하늘 나라 1 2011. 4. 23. 12:19
볼륨Passages(여행) - Jay Richards음악을 들으려면원본보기를 클릭해주세요.

* 이 장에는 자체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게시글을 읽기 전에 먼저 키보드 상단 좌측 Esc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산나물과 귀부인님들

 

 

 

 

약초를 채취하고, 산나물을 뜯는 나 같은 시골 촌부로서는

얼굴도 하얗고, 손도 곱고, 분내도 향기로운 도시 여성은 죄다 귀부인이다.

하기사 화장술이 발달하고, 노출 방어력이 매우 뛰어난 오늘날에 있어서는 30, 40대의 시골 여성들도 죄다 귀부인이어서,

고한 사북 탄광골에서나 봄직한 시커멓고 삐쩍 마른 나 같은 촌부로서는 차마 그녀들의 그림자밟기조차도 어려울 지경.....

하니, 그들 귀부인들 앞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편한 심사여라!

 

 

 

그렇게 얼굴도 모르는 서울 귀부인님들이 몇 분 있건대,

내가 자칭 <산나물 로얄멤버쉽카드>를 홀로 발행하여 해마다 특별한 산나물 세트를 공급하고 있는 중이라.....

따라서 산나물의 보고인 이 계절을 온통 귀부인님들에게 헌사해야만 하는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가 있으렷다......

무엇이 아름다우냐? 삽살개 꼬리질로 귀부인님들을 즐겁게 하니 아름다운 일이요,

무엇이 슬픈 일이냐? 신경만 잔뜩 쓰이고 돈이 되지 않으니 슬플 수밖에....

그야말로 산나물로 때 빼고 광 낸 ‘산나물 제비족’ 집에는 흙 뭍은 바지, 똥 뭍은 팬티, 텅 빈 쌀 포대만 나뒹굴고 있음이라.

 

허나, 프랑스 대혁명 때 외쳐졌던 절규를 들어보라!

“빵이 아니면 자유를 달라!”

그런데 나는 얻었지 아니한가! 빵의 행복 대신 자유의 행복을.....

물론 궁극적으로는.... 특히 현대에 있어서는 빵 없는 자유가 무슨 소용 있겠냐마는,

두 마리 토끼를 쫒다가 두 마리 다 놓치는 것보다야 좋지 않겠는가!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케케묵은 공해 속의 도시인들을 측은히 여겨, 그들에게 상쾌한 ‘숲향’과 신선한 ‘숲미’를 주는 일을 또 하나의 인생의 진리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측은지심인지단야(惻隱之心仁之端也)>이니,

내 자유에 헛됨이 없음을 어찌 믿지 않으리오!

그러니 쌀포대가 비어있거나 말거나 숲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벼워 휘파람이 절로 나올 지경이어라!

 

 

 

 

하지만, 휘파람보다 먼저 나온 것은

“앗, 따거~~~”

취나물 한무리를 보고 주저앉은 게 하필이면 산밤송이 위.....

이때는 자유고 진리고 나발이고, 오직 찡그러질 뿐.....

밤송이가 웬수요, 밤송이 곁에 핀 취나물이 웬수로다.

틱~~ 차버리는 밤송이.....

하지만, 저 또한 한해를 풍미한 자연의 총아!

대지의 양식으로 동물의 양식으로,

그리고 인간의 양식이자 여성의 아름다움을 위한 가루(율피가루-여드름)로 생명을 바치니,

나 보다 훨씬 위대한 존재임에 나만 부끄러울 지경.....

겸연쩍은 듯 돌아서서 쬐끔 따끔거리는 엉덩이를 반쯤 치켜들고 취나물을 접하니,

그 독특한 향취에 금새 방긋방긋.....

 

[취나물(참취)]

 

 

어제 있었던 일이다.

산나물 뜯으러 온 두 명의 여인이 스쳐 지나고 있었다.

그녀들의 앞치마엔 취나물이 소복이 담겨져 있다.

저희들끼리 하는 소리에 언뜻 ‘판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말했다.

“팔지 말고 잡수세요..... 취나물은 암에 좋으니까요.....”

하지만, 내 몰골 때문이었을까?

그녀들은 처음부터 나를 외면하고 있었고, 따라서 내 말 또한 근성으로 듣고 있었다.

결국 내 진심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산골짜기로 사라져 갔다.

 

 

 

취나물은 암에 좋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말은 맹물과도 같다.

암에 좋다는 식물이 어디 한두가지여야 말이지..... 이제는 식상할 만도 하다.

하지만, 연구결과만큼은 무시하지 못하리라.

강원대 식품공학과서는 산나물의 치료효과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 취나물[참취]에서 다음과 같은 발견을 하고 있다.

 

<유방암세포파괴율>

투여량

0.25

0.50

0.75

1.00

 

파괴율

돌나물

10

20

35

55

 

민들레

17

35

50

65

 

원추리

25

40

65

90

 

참취

28

65

78

96

 

 

<참취알콜추출물에 대한 항암실험 결과>

참취알콜추출물농도(Cytotoxicity)

0.125

0.25

0.5

1.0

억제율

위암

30

45

55

75

폐암

63

65

90

95

유방암

55

90

96

99

 

헐~~~ 마치 무슨 논문 같아서 이상타~~~ 마는

암에 노출된 무수한 분들의 아픔이 있으니.....

 

 

                                      [산괴불주머니(유독성식물)]

 

 

살랑살랑 걷는 길 위엔 지천이 [짚신나물/선학초]이다.

짚신을 삶은 것처럼 맛이 없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는 하나, 못 믿겠다.

왜냐면 맛이 좋기 때문....

특히 두릅처럼 삶아 초장에 찍어먹으면 두릅이 배앓이를 할 정도로 맛이 있다.

그래서 이 봄철이면 내가 즐겨먹는 나물 중의 하나이다.

 

 

                                            [짚신나물(선학초)]

 

 

옛날에 한 서방님이 계셨다.

그 서방님께서는 늘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어여쁜 새색시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자체면에

“여봉~~ 자기야~~ 날 사랑해?”

라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늘 봄만을 기다렸다.

봄이 되면 아내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그 무엇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머굿나물/머위]이다.

이 ‘머굿나물’이 밥상에 올라오면 아내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뜻이요, 올라오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

요컨대 [머위]는 남성의 힘을 북돋아주는 자양강장식물로서

남편의 힘이 솟기를 바라는 아내라면 당연히 이 ‘머굿나물’을 밥상에 올려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남편을 사랑한다는 뜻이 되기도 하고.....

 

나는 서방님이 새색시의 사랑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왕이면 희극으로 끝나는 것이 좋을 듯하니.....

 

「옛날 옛적에 봄이면 어김없이 서방님의 밥상에 ‘머굿나물’이 올라왔다.

그리고 밤이면 서방님은 달처럼 환히 웃으며 달맞이꽃 같은 새색시를 꼭 껴안아주었다.」

 

실제로 옛 어머니들은 다산의 여왕님들이셨다.

영자, 순자, 정자, 경자, 성자..... 미자, 인자, 윤자, 혜자 하다가 뿅 하고 철수까지 낳았다.

이게 다 인가 근처에 지천인 ‘머굿나물’덕이다.

믿거나 말거나...... ^^;;

 

 

                                              [머굿나물(머위)]

 

 

달맞이꽃 새싹 역시 나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생채 맛은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주로 묵나물로 이용한다.

당연히 약초도 되는데, 달맞이씨유로써 그 나름대로의 약성을 실현시킨다.

그 무엇이건 오일(Oil)이라면 미끄러움을 뜻하고,

미끄러운 것이라면 소통을 말할 수 있으며,

그렇게 소통이 있나니, 섭취 및 배설을 좋게 하고, 혈행을 좋게 하니

달맞이씨유는 비만에 좋고, 혈액순환에 좋다 할 수 있겠다.

참기름 대용으로 사용해도 그 맛이 그만이다.

 

 

[달맞이꽃(월견초)]

 

귀부인님들을 로얄로 대접할 [어수리]나물이 보인다.

내가 귀부인님들에게 주로 전하는 산나물 세트는 열가지로써 바로 이 [어수리나물]과 [참나물], [곰취], [돌미나리], [파드득나물/반디나물], [머굿나물], [돌나물], [우산나물], [잔대싹], [미나지싹/영아자] 이다.

물론 그날 그날 채취에 따라 때로는 메뉴가 한 두가지씩 바뀌기도 한다.

[두릅]이나 [단풍취], [비비추] 등으로 말이다.

[산갓나물]이나 [명이나물]도 주고 싶지만, 그림의 떡인 산나물들,

마음만 굴뚝같지 어디서 채취하랴!

한끼 분량의 [쑥]과 [달래]는 늘 덤으로 따라간다.

 

                                                 [파드득나물(반디나물)]

 

 

재질이 호박잎 같은 [어수리]는 [참나물]이나 [산당귀] 등과 같은 방향나물의 하나.....

방향나물은 대체로 쌈싸먹기 좋게 마련.....

장아찌로 담가도 일품.....

특히 다슬기국에 넣으면 푸른 강물 위 조각배에서 산들바람을 맞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매혹적인 맛이 난다.

[어수리]는 그야말로 다채로운 요리의 재료가 되는 진미의 산나물이다.

서울 귀부인님들이 홀딱 반해 해마다 찾는 산나물도 바로 이 [어수리나물]이다.

이 어수리를 누룩으로 빚은 술을 취하도록 마시면 어떠한 신경통도 다 사라진다나 어쩐다나....

실제로 약성으로서 진경, 진통작용이 있음이 밝혀져 있기도 하다.

 

                                                  [어수리]

 

이 [어수리]와 궁합이 잘 어울리는 나물이 또 보인다.

[미나지(싹)나물]이다.

식물명인 [영아자(염아자)]의 새싹으로서, 봄의 푸른 맛이 그대로 씹히는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이라 쌈이나 푸성귀무침(셀러드)에 제격이다.

물론 각 종 김치나 묵나물로도 좋다.

이것 역시 도시의 귀부인님들이 한번 맛을 본 후 즐겨 찾는 나물 중의 하나이다.

한여름 숲가.....

진한 보라색의 매우 특이한 꽃을 초롱초롱 달고 있는데,

내 느낌엔 마치 이 세상 모기가 아닌 천상의 아름다운 ‘춤추는 모기들’이 내려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떤 영적인 모습처럼 여겨지곤 한다.

 

 

                                    [미나지싹(영아자/염아자)]

 

 

인체는 거의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균 70%이다.

수분은 물이요, 물은 흐른다.

우리들 몸속에는 그렇게 옹달샘이 샘솟고 있고,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우리 몸은 참으로 아름다운 생명의 정원이다.

그러나 때로는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가 나고, 가뭄이 들기도 하며, 녹태가 끼기도 한다.

그래서 눈물, 콧물, 오줌물, 똥물, 땀물 등 별의별 물이 되어 쏟아져 나온다.

그것을 안정시키자면 다시금 물을 마셔야 하고,

그 물로써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여 속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국 없이는 못 먹어.....’하는 남편의 말은 결코 편식하는 소리가 아니다.

인체가 그렇게 원하는 것이다.

 

 

 

봄이면 산나물 국거리들이 참으로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쑥국이다.

[쑥/애엽]은 혈과 관련 있는 나물이다.

<남기여혈(男氣女血)>..... 남성은 기로 움직이고, 여성은 혈로 움직이는 생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고로 쑥은 여성의 생체에 걸맞는 나물이다.

새색시가 서방님에게 [머굿나물]을 먹여주는 것은 ‘아내의 사랑’,

서방님이 새색시에게 [쑥]을 먹여주는 것은 ‘남편의 사랑’일지라.

 

“여봉~~~ 산에 갈껀데 산삼 캐서 돈 벌어줄깡, 쑥 캐서 당신 건강 지켜줄깡?”

“응~~ 산삼 캐서 돈 벌어 쑥 사줘~~”

“-.-;;”

 

                                         [쑥(애엽)]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 나는 쑥국 보다 [미역취국]을 좋아하고, [비비추국]을 좋아한다.

그리고 [원추리국]도 좋아한다.

이들은 물론 나물로도 먹지만, 사실상 국거리로써 제격이다.

[미역취]를 왜 [미역취]라 했겠는가.

미역 같은 부드러움 때문이다.

요리하는 솜씨로 인하여 제대로 부드러움을 낼 수 있을지 자신을 의심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요리만 잘하면 그야말로 바다냄새가 나는 미역국처럼 부드러운 것이 바로 산냄새가 나는 [미역취국]이다.

 

                                                [미역취]

 

[비비추국]도 마찬가지이다.

캬바레의 여인이라면 [비비추국]을 끓이기에는 자신이 있을지 모른다.

비비고 돌리는 솜씨를 잘 발휘해야 하니 말이다.

그렇다. 비비추는 열심히 비벼야 한다.

하지만 캬바레 여인이 비비는 것은 발바닥.....

발바닥 경락을 잘 비비는 일은 감성적 사랑(Eros)의 엔돌핀이 팍팍 돌게 되지만,

비비추를 발바닥으로 비빌 일은 없을 테고,......

당연히 비비추는 어머니 치성드리듯, 아내 치성드리듯 그렇게 손바닥으로 비빌진대,

손바닥 경락을 잘 비비면 이성적 사랑(Storge)의 엔돌핀이 팍팍 돌게 마련.....

이윽고 비비추는 사랑의 거품을 보글보글 내며 야들야들 부들부들 한없이 부드러운 [비비추국]이 된다.

 

부드러운 것이 또 보인다.

[고추나물/고추나무잎]이다.

왜 [고추나물]이라고 불렀을까?

1) 야채에 해당하는 고추랑 닮아서?

2) 사람에 해당하는 고추랑 닮아서?

3) 고추처럼 매워서?

천만에 만만에 한번만에 딱 말해서 잎이 고추잎과 닮았기 때문이다.

살짝 데쳐서 무치면 달작지근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이 고추나물과 비슷한 것이 바로 [홑잎나물/화살나무순]이다.

[화살나무/신전목]는 ‘귀전우’라는 별칭이 있고, 귀신을 쫒아낸다는 말이다.

간(암)에 좋으니 그야말로 ‘간댕이가 부은 귀신’을 쫒아내기 그만인 식물이다.

가위가 자주 눌리거나 마음의 넋을 자주 빼앗긴다면, 이 [홑잎나물]을 먹어봄직 하다.

물론 정식적으로 사용하려면, 화살날개처럼 붙어있는 코르크성의 날개, 즉 <귀전우>를 달여 먹어야 한다.

 

 

                                   [고추나물(고추나무)]

 

 

산길은 길다.

길이서 긴 것이 아니라, 발걸음이 느긋느긋 느려서 긴 것이다.

그동안 만나는 수없는 산나물들.....

그동안 생각하는 끝없는 이야기들.....

이런 시간 속에서 어느 새 앞치마는 볼록해져 간다.

 

볼록한 앞치마 두른 남자.....

솔직히 청승맞고 남사스럽다.

그래서 행여 누가 볼까봐 깊은 산골로 깊은 숲 속으로 자꾸만 자꾸만 숨어 들어간다.

그러니 더욱 청량한 산나물들을 만나게 되고.....

그럴수록 더욱 행복해지고.....

 

 

 

또한 어떻게 생겨먹은 귀부인님들인지는 모르나, 매우 아름다우리라는 생각은 필연이요,

그런 아름다운 귀부인님들이 내 산나물을 받고 미소 지을 일.

그리고 숲향과 숲미가 물안개처럼 퍼져있는 밥상 앞에 앉아

“햐~~ 맛있겠따~~~"

며 군침을 흘릴 귀부인님들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또 행복해진다.

 

 

 

내게 있어 청승스럽거나 말거나 산나물의 계절은 행복의 계절.....

나를 위하고 귀부인님들을 위해 나서는 숲길에서

내일 또 어떤 산나물들과 만나고,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모르겠으나

‘자유의 행복’과 ‘빵의 행복’이 한줄기로 흘러 더욱 행복해지길 바란다.

 

“응~~~ 산삼 캐서 돈 벌어 쑥 사줘~~~”

하는 어느 현명한 아내의 바람대로.....

 

 

  * [비비추]사진이 누락되었습니다.

    분명 찍었는데, 노출이 잘못되었던지 없군요.

    차후에 보강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하수오 사랑하는 모임(하사모)
글쓴이 : 서랑 원글보기
메모 :